공복의 휴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지
평생을 그래 왔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그래
그래도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있으니
그냥 게임이나 하면 돼
그것도 한 손으로
이렇게 쉬운 일이 또 있을까
뭐든 이렇게 쉬웠다면 좋았을걸
그래서 내가 하는 것
휴일에 세수도 식사도 거른 채
누워서 공짜 게임을 하다가 생명이 떨어지면
친구도 신용카드도 없으니 시나 좀 끄적거리다
30분이 지나 생명이 차오르면 다시 게임
눈이 바스락거릴 때까지 반복
모두가 잠든 새벽
십 년 동안 모은 야동으로 자위하기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그렇게 공복의 휴일을 보내고 나면
또 한 주를 살아갈 생명이 차오른다
뭘 기대했겠어
나는 이제 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날은 위대한 일을 해냈고
어느 날은 시시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이 아니다
상황이 그랬을 뿐
때때로 조금 살고
때때로 조금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