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귀갓길에 길을 잃은 남자
마침내 자신의 집을 의심하기 시작
오래전 떠나온 집을 찾아 밤새 헤맨다

누워 보낸 침대는 여전히 아파 보인다
천장 구석에 편지를 쓰면 부칠 곳이 떠오를까
날씨가 좋습니다
조금 흐리고요
그리고 글이 깨진다
말은 될 줄 알았지만 애초에 흐린 그림이었던 시절
무엇을 그릴지 몰라 뭉개버린 고향 집

어느 볕 좋은 날 오전 마당에 주저앉아
그리운 건 오래전 기르던 화분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바라보며
뒤늦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낯선 이가 낯선 곳에서 낯선 일을 하며 일군 권태
설명 없는 삶을 약속했었지
노력했고 부족함이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