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고향

계좌의 숫자 변화를 보기 위해 몸의 숫자를 깎는다
몸은 언젠가 0이 되지만 마음은 +, – 로 남는 것이 참을 수 없어
0이 되고 싶고 단지 0이 되기 위해 6일을 일한다
온몸과 마음으로 더러워지는 것이 유일한 업무
청소와 샤워와 기도를 통해 매립장과 하수도와 천국을 더럽힌다
인생은 짧고 얼룩은 영원하다
가족의 닮은 얼굴과 다른 표정을 바라보며
갈라진 표정으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찢어진다
아, 제발, 멸족이 멀지 않았다
뭘 먹어도 맛이 없다
음식이 아니라 내가 맛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마른 몸을 찢어 먹으면 아무 맛도 안 날 것이다
술에 취하지도 못하는 몸
갈증을 느끼며 중얼거리다 정신을 잃을 뿐
지운 하루를 잊기 위한 고단한 예배
죄 없는 발은 발목 끊는 꿈을 꾼다
아침마다 무릎 꿇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