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티셔츠

여름 내내 공터에 나뒹굴던 남색 티셔츠
땡볕에 멍들고 폭우에 피 흘리며 보라색으로 죽어간다
가을이 되어서야 아 저거 내 옷이다
취해 보낸 계절의 밤
벗은 몸은 웅크린 채 잠들고
실패한 티셔츠는 회색 달을 원망하며 빛났다
죽은 티셔츠의 고백
미열로 끓어 쉬어버린 마음
미워했던 자갈 무더기 유일한 추억
여전히 응답하는 지긋지긋한 친구
바위였을 때의 무게
바위였던 기억의 무게
두 무게가 어찌나 다른지
잠들 때도 기울어 누워서도 넘어진다고
가슴의 껍질이 다 벗겨져 여름 내내 시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