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여친과 나는 하천과 그 주변의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기분좋은 바람이 불고 있었고 하천의 진흙 냄새도 좋았다. 날이 좋아 꽤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여친은 늘 그렇듯 여자 연예인의 성형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나 역시 늘 그렇듯 먼 곳을 바라보며 멍하니 그 얘기를 흘려 듣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 비행기가 보였는데 한순간 흐릿하게 보이는가 싶더니 거짓말처럼 폭발했다. 다른 먼 곳으로부터 무거운 폭발음이 밀려왔고 모두가 고개를 들어 추락하는 비행기를 목격했다.

-어머머…어머머…
-저게 뭐야? 비행기야?
-찍어! 찍어!
-왠일이야…
-아이고 저걸 어째…

모두가 한마디씩하고 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꼼짝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비행기는 멀지 않은 곳에 추락하고 있었다. 나는 달렸다. 여친도 영문도 모른 채 날 따라 달렸다. 우린 듀카티에 올라타 사고 현장을 향해 스로틀을 당겼다. 사고현장은 생각보다 멀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친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데이트를 망치고 있었다.
우리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해질 무렵이었다. 이미 사망자들은 후송되었고 진화도 끝났으며 기체 해체작업이 한창이었다. 여친은 도대체 여길 왜 온거냐며 반복해서 묻고 있었다. 나는 미친듯이 뭔가를 찾았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여친과 나는 결혼했고 듀카티는 결혼 자금으로 사용했다. 와이프와 나는 당시의 일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자기야 그때 말이야
-응? 그때라니?
-왜 우리 비행기 추락한 거 본 날 말야
-또 그 얘기야? 내가 그 얘기 좀 그만 하랬지
-그 때 참 굉장했는데 말야…
-도대체 뭐가 굉장했다는 거야 당신은 맨날
-정말 굉장했지…
-그냥 사고 현장 보고 온 거잖아 대체 왜 그래 자기 그러지 좀 마 제발…자기가 그럴 때면 난 정말…
-그건 정말 내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