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가볍게 쓰려고 한 일기는 어려운 소설이 돼버리고
하루 종일 육지의 끝에 대해 생각하다가
일터에서 어두운 바다까지 뛰어 나올 때
24시 해장국 집이 영업 중이면 믿을 수 없어
기적처럼 소주를 마셨다

혼자 태어난 바람이 모든 일을 망치고
육지의 끝에 비해 섬의 시작은 아름다웠지만
모든 게 극성이었던 여름
여자는 그림으로만 보고
그림은 어둠 속에 있는데
어둠 속의 낯선 아저씨
아들아 여름은 끝났어

하루는 불현듯 탄생하고
길지 않았던 여름을 만지려 노력했지만
이제 따가운 빛을 듣고 선명해진 공기를 읽는 남자에게 남은 건
사라지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기억을 향해
가장 놀라운 성취는 이별이었음을 고백하는 일
다시는 지난 여름처럼 살아갈 수 없음에 대해
작은 죽음을 꺼내 실패 감사 기도를 드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