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번 국도

새벽 3시. 65번 국도. 예민해진 신경을 간신히 억누르며 힘겹게 운전대를 붙잡고 있다. 물론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녀가 짐을 빼는 날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는 진작에 아작났지만 언제고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그렇게…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그제서야 나는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때때로 우린 뒤처리를 할 때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암묵적으로 일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신경을 누그러뜨리고자 라디오를 켰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정파라도 있나 싶어 다른 주파수를 맞춰 볼까 하는 찰나에 생각보다 큰 볼륨으로 피아노 건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딴~다단~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단~

바흐의 토카타 2번이었다. 이런 순간에 말러가 나오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이 곡은 내가 아는 피아노 곡 중 가장 아름다운 클라이맥스를 가진 곡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너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단다단다단다다다다다단다단다다다다다다라랑~
-아…곧 푸가가 시작된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딴다다다다딴다다다다다다단~
-젠장 오랜만에 들으니…생각보다 더…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단~따다다다다다단다다다다다단~
-안돼…이러다가는…
-따다다다다따다다다다다단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우으읍…
-따다따다따다따다따다다다다다다다단따다따다따다따다다다다다다다다단~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