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아무리 생각해도 새들이 주인이다
나는 그저 의자에 얹어놓은 몸
스위치를 올리면 투명한 물과 창백한 빛이 쏟아지는
내게 질문하는 법이 없는 방

여독에 대한 난해한 판화들로 채워진 여권
높은 해상도의 초점 나간 사진들로 가득 찬 스마트폰
필패를 기원하는 부적같은 명함들로 두둑한 지갑
부끄러운 페이지는 찢어버려 껍데기만 남은 일기

내세울 거라고는 초라한 혼란 몇 개가 전부인 마을
크기를 착각한 투쟁의 반복으로 벤치 하나 찾을 수 없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투사하여 매립장이 돼버린 곳
이 불공평한 혼란이 공평했던 과거의 결말이라니

세상이 탄생할 때 얼마나 차가웠길래 뜨거워지는 일만 남았을까
그 차갑던 공기를 상상하며 숨죽이는 역할이 남아있다
두리번거리며 버리고 두리번거리며 훔쳐서 살아간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의 내려깐 시선이 나의 치욕일 뿐